CEO 인사말

제 심장은 보온병을 닮았습니다.

2010년 늦가을 어느 토요일 아침 이었습니다.
STANLEY의 인터내셔널 세일즈 디렉터인 Mr. David Frew와 저는 지하철을 타고 도봉산역에 내려 산을 올랐습니다.
대학축구 대표선수 출신이자 요트광인 이 친구는, 낯선 한국에서 지난 밤에 처음 맛 본 산낙지와 소주로 어느 정도 기가 꺽여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네가 한 거짓말을 꼭 밝혀 내리라” 다짐하고 있었습니다. 그 거짓말이란 바로 ‘한국의 산에서는 주말이면 엄청난 숫자의 하이커들에 의해 등산로에서조차 교통체증이 일어난다’는 제가 보낸 이메일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광활한 아웃도어의 고장 시애틀에서 온 이 터프가이는 제 말을 도저히 수긍할 수 없었지만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뒤를 돌아 본 순간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전철에서는 조금 전, 한 바탕 주말 등산객들을 쏟아냈으며 거의 히말라얀 수준으로 중무장한 검정색 일색의 특수부대 요원들이 거대한 메뚜기 떼처럼 스틱으로 아스팔트를 찍어대며 밀려 올라오는 장관을 연출 했습니다. 바로 옆 가로수 위로 기어올라 사진을 찍어대던 데이비드는 ‘이 코리안 백패커들은 도대체 어떤 보온병들을 갖고 다니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뭐 그리 힘든 일은 아니지~!” 저는 지나가던 한 무리의 중년 산악회 팀을 불러 세우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이 미국 신사분은 세계에서 제일 좋은 보온병을 만드는 회사의 임원인데, 여러분은 어떤 보온병을 갖고 다니시는지 궁금해서 한국까지 왔습니다. 혹시 잠시 쉬어 가실 겸, 꺼내어 보여주실 수 없을까요?”

‘맨 땅에 헤딩하기’는 제 전공 중 하나입니다.
불쑥 미국 Outdoor Retailer 쇼에서 STANLEY 부스를 찾아가 “한국에서 너희 제품을 팔아보겠다.”고 들이대어 시작된 인연은 벌써 7년이 흘렀습니다. “한국에는 매 주말 1,000만명이 산을 오르는데, 취사가 금지되어 있어 보온병은 필수장비이다. 내 꿈은 스탠리 보온병 1,000만 개를 한국에 파는 것이다.”라고 그들에게 호언장담 한 것은 지금도 유효하며 진행 중입니다. 그 사이 스탠리 브랜드는 브랜드 런칭 100주년을 지냈으며, 아웃도어 시장의 황금기와 도시화라는 절호의 흐름에 올라타서 ‘아웃도어 식음료 장비’ 분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탄생시키고, 더 나아가 사람들이 어디서나 식음료를 즐길 수 있도록 그 방법을 혁신하는 일을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70 여명에 달하는 재능 있는 괴짜 제품 디자이너들과 엔지니어들이 싱크탱크를 이루어서 프로젝트 별로 팀을 이루어 디자인, 개발, 시제품 제작, 필드테스트까지 직접 완성해 나가는 시애틀 본사의 디자이너 책임 시스템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해마다 반복되던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는 국가적 재앙으로 인한 소비시장의 위축은 치명적이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100년이 넘는 스토리와 헤리티지를 갖고 있는 ‘보온병의 전설’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오히려 높아졌으며, 어번 아웃도어와 소셜 게더링이 보편화 되어가고 마이크로 어드벤처 활동이 트렌드화 되면서 심각하지 않은 우리들의 야외활동은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관심과 수요를 촉발 시켰습니다. 여기에 스타 세프들의 출현과 미디어의 먹방 프로그램이 기름을 부었고, 의식있는 소비자들에 의한 일회용품 거부 운동은 머그통과 물병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며 휴대하는 물병과 텀블러를 통한 자기 수준표현 욕구를 나타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웃도어 시장의 거품이 갑자기 빠지면서 쪼그라든 거점시장은 오히려 우리의 비즈니스 스펙트럼을 아웃도어를 넘어서서 라이프스타일, 키친, 디자인, 문구, 스포츠 등 넗은 대양으로 확장시켰습니다. 이런 추세에 맞추어 STANLEY는 제품의 칼라 버라이어티를 다양화하고, 새로운 기술로 세라믹을 코팅한 하이브리드 진공병을 포함한 GO 시리즈를 출시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비교자체를 거부하는 극강의 진공병 시리즈인 MASTER의 라인업을 계속 보강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제 양쯔강의 악어에서 태평양의 상어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으로 인류의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혁신했다면, 스탠리는 인류의 식음료 문화를 혁신하고 있습니다.
이 대열에서 한 축을 감당하며 저는 무한한 자긍심을 갖고 있으며, 새로운 마케팅과 세일즈 기법을 고안해 내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진정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흐름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한 걸음 앞서서 알아내기 위해 온 세상을 걸어 다녔습니다. 보온병에 품질에 대한 ‘평생보장’제도를 도입했으며, 소비자들에게 더욱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코엑스에 ‘스탠리 스테이션’을 오픈 하였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수집해온 오래된 스탠리 보온병들로 아카이브를 구축하여 박물관을 오픈 하였으며, ‘헌 병 다오, 새 병 줄게’ 보상판매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센세이셔널 한 시장 반응을 이끌어 냈으며 이 프로그램은 지금도 여러 브랜드들이 벤치마킹 하여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제 심장은 보온병 모양으로 바뀌어 버렸으며 사람들은 저를 ‘스탠리 아저씨’라고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STANLEY 브랜드가 한국시장에서 자리잡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STANLEY를 전개하는 미국 PMI사의 CEO 겸 창업자인 Mr. Rob Harris는 시애틀 요트투어에 초청해주고 상하이 최고급 가라오케에서 함께 노래하는 것으로 저를 격려해주었고, 아태지역 대표인 Mr. Qin Chen은 저를 ‘따거’라고 불러 주었습니다. 유럽중동지역 세일즈 디렉터로 자리를 옮긴 Mr. David Frew는 지금도 스탠리 플라스크에 위스키를 담아서 슬쩍 제 바지 뒷주머니에 꽂아줍니다. 무엇보다 감사하기는 ‘추천의 글’로 응원해주신 사진작가 윤광준 선생님입니다. 생활명품 전문가로써, 선생님이 써오고 계신 책들은 저에게 좋은 브랜드를 골라내는 안목을 갖추게 했으며, 심지어 책에 등장했던 아웃도어 용품 브랜드 몇 가지는 제가 직접 한국 판권을 거머쥐는 영광도 있었습니다. 금년에는 선생님께서 중앙일보에 연재하시던 ‘신생활명품’에 STANLEY를 소개해 주셨으며, 책으로 엮어져 나와 베스트셀러가 됨으로써 더 할 수 없는 기쁨이 되었습니다. JTBC 주말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효리네 민박’의 이효리, 이상순 부부에게도 감사를 드려야겠습니다. 이효리씨가 새벽 요가운동 길에 품고 다니시며 주방에서도 여과 없이 보여지던 저희 스탠리 보온병은, 순식간에 ‘이효리 보온병’이 되어 전국구를 넘어 중국본토까지 유명제품이 되었으며, 이상순씨가 한가롭게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던 스탠리 진공 파인트는 품절상품 대열에 올랐습니다.

스탠리는 ‘보온병’뿐만 아니라 음식을 따뜻하게 오래 보관해 주는 ‘보온음식통’, 우리 몸에 수분을 공급해 주는 보냉병을 포함하는 ‘하이드레이션’, 시원한 얼음음료와 슬러시를 오래 즐길 수 있는 ‘콜드드링크’, 뜨거운 차와 음료를 즐기는 ‘머그 앤 텀블러’, 직접 커피를 추출해서 마시는 ‘커피브루’, 불 위에서 직접 조리하는데 필요한 ‘쿠킹포트’, 맥주와 술을 즐기는데 필요한 그라울러와 글라스를 망라하는 ‘비어 앤 스피릿’, 쿨러와 워터저그로 대표되는 ‘푸드 스토리지’, 게다가 내년에는 보온병과 보냉병 기능을 통합하는 도시형 패션 진공보틀인 ‘하이브리드’가 새롭게 전개됨으로써 우리네 일상생활의 먹고 마시는 분야중 거의 모두에 간여하게 됩니다. “좋은 물건 뒤에는 항시 좋은 사람들이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스탠리 브랜드는 더 좋은 물건으로 진화할 것이므로 이것을 감당하려면 제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수 밖에 없겠습니다. 그 사이 세상에는 ‘스탠리 시작하다’라는 새로운 동사가 만들어졌습니다. 치명적인 해머톤 그린 색상의 진공 보온병으로 시작해서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들어 하나씩 아이템들을 늘려 나가되, 색깔을 맞추고 브랜드를 맞추다 보니 어느새 스탠리 덕후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여러 스탠리 유저님들을 산이나 캠핑장에서 혹은 자전거 길이나 카누 물길에서 만나 뵙게 되기를 원합니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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